“‘위드 코로나(with Corona·일상과 방역을 병행)’ 시대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역학조사 등 많은 과학적 근거와 혁신기술 도입이 필요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국제학술행사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CAETS) 2020’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과학과 기술의 혁신과 국제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AETS는 전 세계 30개국의 공학한림원이 참여하는 공학 분야 국제기구다.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연설에 나선 정 청장은 먼저 1월 이후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졌고 국민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참여와 연대가 이어졌다”며 “정확하고 신속하며 투명한 정보 소통,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접촉자 파악 등 혁신적인 역학 대응도 주효했다”고 ‘K방역’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특히 기술을 통한 혁신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청장은 산업계, 전문 학회와 협력해 진단검사법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조기에 도입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 밖에도 △드라이브스루 검진 도입에 따른 검체 채취 시간 단축 △역학조사 및 입국자 자가 격리 등에 ICT 도입 △비말 차단 마스크의 개발 및 보급 등을 성공적인 대응 사례로 소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했다. 환자 관련 위기 대응 시 개인의 인권 침해나 개인 정보 유출의 우려를 없앨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를 조화시킬 방법, 향후 발생할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처할 방법 등도 두루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 청장은 앞으로 오랜 시간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기술적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진단제, 치료제, 백신 개발”이라며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고 과학적 역학조사를 하기 위한 빅데이터, AI 기반의 기술 향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상점이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감염을 예방할 환경을 구축하는 기술, 안전한 환기 시스템 개발,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고 편리한 마스크 개발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연대도 강조했다. 그는 “국제 공중보건 위기는 개별 국가 단위의 보호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과학 기술 성과를 전 세계인이 함께 누리도록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