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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이겨낸 병사들

Posted October. 27, 2020 07:49   

Updated October. 27, 20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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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원정기에 등장하는 첫 전투는 헬베티족과의 전투였다. 강하고 거친 헬베티족은 지금의 스위스 산악지대에 거주하던 부족이었다. 이전에 로마군이 헬베티족에게 패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병사들이 복수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 계획을 발표하자 불안과 공포로 장병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이때 카이사르는 병사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의 의무감이 공포감을 이길 수 있는지 보겠다.”

 참호에 있는 병사 앞에 수십 배의 적군이 나타난다면, 아군이 후퇴하는데 누군가가 뒤로 돌아서 동료들을 엄호해야 한다면, 군기를 들고 행진하던 병사가 내 앞에서 쓰러진다면. 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의무와 공포가 만나는 순간을 상상해볼 것이다.

 대부분의 병사는 자신의 결정을 확신하지 못한다. 막상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공포를 극복하고 의무를 택하는 병사도 있고, 의무를 버리고 도망치는 병사도 있다. 한번 공포에 굴복했던 병사가 다음 전투부터는 진정한 용사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전쟁이 끝나고 보면 진정한 영웅은 의무감으로 공포를 이겨낸 병사들이다. 그런 병사가 많은 군대, 병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의무를 회피하지 않는 병사를 만들어 내는 군대가 훌륭한 군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의무가 부당한 명령, 맹목적인 복종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동료와 전투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의 의무와 책임을 말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에게는 직업이 주는 의무, 가정이 주는 의무, 공동체의 일원으로 주어지는 정당하고 아름다운 의무가 있다. 그런 의무에 충실하고, 희생하고 도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포장하는 사회가 살 만한 사회이다.

 반대로 의무가 권력욕에 패하고, 탐욕에 지배되고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나는 사회라면 우리는 암울한 저녁을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