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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눈, 뒤틀린 얼굴... ‘다크 팝’의 거장이 왔다

기괴한 눈, 뒤틀린 얼굴... ‘다크 팝’의 거장이 왔다

Posted December. 11, 2020 07:34   

Updated December. 11, 20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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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미국 대선에도 출마했던 힙합 뮤지션 카녜이 웨스트의 2010년 앨범 표지엔 이 작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음산한 기운을 자아내는 녹색 배경에 와인잔을 든 발레리나가 겁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몸은 사람이지만 눈은 만화 캐릭터 같아 인간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다. 미국 작가 조지 콘도(63)의 작품이다.

 웨스트와의 협업 이후 웨스트의 아내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 킴 카다시안의 에르메스 버킨백에 그림을 그려주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만든 콘도는 화가라기보다 셀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인기 덕에 국내에도 마니아가 적지 않은 콘도의 작품 2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 ‘조지 콘도’전은 그의 대형 회화 작품과 드로잉, 청동조각을 선보인다.

 미 뉴햄프셔 출신의 콘도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장에 전시된 그림 중 가장 최근작인 ‘Red and Green and Purple Portrait’(2019년)는 그의 자화상이다. 만화처럼 기괴하고 큰 눈, 신경질을 내는 듯한 이빨, 시점이 각기 달라 뒤틀어진 얼굴, 화가 난 듯 그은 검고 굵은 외곽선은 콘도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그는 현재 뉴욕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 자신의 최근 그림에 대해 “미국을 분열시키는 불평등에 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스타일의 초상화는 2010년에도 볼 수 있었다. 콘도는 영국 여왕을 광대 같은 캐릭터로 묘사한 작품을 영국 테이트 갤러리에 전시한다. 당시 인터뷰에서 콘도는 “여왕의 누드를 그리고 싶었는데 영국 법에 금지돼 못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을 소재로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앤디 워홀이 메릴린 먼로를 그렸듯 미 팝아티스트들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콘도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워홀의 ‘팩토리’에서 조수로 일했고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절친한 사이였음을 밝혔다. 워홀이 사망했을 때 그의 침대 옆에는 콘도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2009년 작품들(‘Choo Choo’ ‘Michael J. Frog’ ‘Daffy Duck’)에서는 워홀의 영향도 보인다. 그림 속 주인공은 만화 캐릭터 모습을 하고 있다. 콘도는 캐릭터의 부리를 두 개 그리거나, 등에서 입이 자라나는 것처럼 형태를 왜곡해 음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카녜이 웨스트의 앨범 제목 ‘나의 아름답고 어둡고 뒤틀린 판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콘도의 작품과도 딱 들어맞는 이유다.

 2005년 그린 작은 그림들은 콘도가 멤피스 지역에 머물며 작업한 것이다. 자신이 다녔던 레스토랑, 슈퍼마켓, 공연장 등을 일기처럼 기록한 뒤 정사각형 캔버스에 기호화해 담았다. 바비큐를 먹었던 ‘Bozo's Bar-B-Q’, 맥주를 마신 ‘그린 비틀’, 공연을 감상했던 아티스트 ‘앨 그린’이 캔버스에 담겼다. 뉴욕에서 콘도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바스키아의 작품과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