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니콜라스 페그 지음·그책·사진)는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가장 무거운 음악 책이다.
영국의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보위(1947∼2016)의 모든 노래와 앨범은 물론이고 공연, 영상, 전시까지 망라한 ‘보위 백과사전’이다. 촘촘한 팩트와 날카로운 비평이 공존한다. 948쪽짜리인데 페이지가 두 단으로 나뉘어 있고 본문에 사진 한 장 없다. 일반적인 도서라면 2000쪽을 훌쩍 넘길 분량이다.
이경준 김두완 곽승찬. 세 명의 역자가 2년 반 동안 매달려 한국어로 옮겼다. 저자 페그는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의 보위 팬들이여 (중략) 두려움을 모르는 3인조(intrepid trio)가 나의 역작을 번역해줬다”라며 한국어판과 역자들을 소개했다. 세계 최고의 보위 마니아로 꼽히는 페그는 영국의 배우이자 작가다. BBC 드라마 ‘닥터후’의 달렉 역으로도 친숙하다.
번역을 기획한 이경준 씨(42)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원서를 처음 접하고 경외감이 들었다. 한 인물에 대해 이토록 파고든 저자를 보며 ‘앎’의 진짜 의미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는 평론가가 아니지만 글 솜씨와 통찰력이 충격적입니다. 평론가들이 흔히 보위를 카멜레온에 비유하는 것을 두고 나태한 저널리즘, 진부한 표현이라고 일갈하죠.”
괜히 책 팔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 씨는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음악 외서 번역 전문가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그간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광기와 소외의 음악: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 ‘스미스 테이프’ ‘조니 미첼: 삶을 노래하다’를 번역했다. 그러나 ‘더 컴플리트…’는 음악 분야 ‘벽돌 책’에 단련된 그에게도 충격과 고난을 안긴 작품.
“당초 혼자 하려 했지만 이내 두 손 들고 두 역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2018년 초부터 쉼 없이 했는데도 번역 기간 연장을 요청해야 했을 정도였죠.”
이를테면 1장 ‘노래’편 가운데 ‘Space Oddity’ 항목만 해도 일곱 쪽에 달한다. 가사 구절에 숨은 의미, 악기 사용과 다양한 편곡 버전, 보위와 주변인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곡을 해부한다.
이 씨가 아는, 또 번역하며 알게 된 보위는 한마디로 어떤 사람일까.
“영원한 경계인입니다. 평론가나 팬이 자신을 어떤 틀로 규정하는 순간 그 장르나 스타일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요.”
수년간 음악 책 번역에 매달린 이 씨는 올 8월에야 첫 단독 저서 ‘블러, 오아시스’(산디)를 냈다. 그래도 여전히 좋은 음악 책만 보면 번역 욕망에 시달린다고. 해외 음악서적을 300∼400권 소장한 그의 다음 과녁은 미국 재즈 음악가 니나 시몬(1933∼2013). 필생의 목표는 영국 밴드 ‘킹 크림슨’ 전기 번역이다.
“진작 번역됐어야 할 음악가 관련 서적이 국내에 안 나와 있는 게 여전히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가려고요. 재미있고 지치지 않으니까요.”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