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역습 괴물’이다. 손흥민과 스테번 베르흐베인의 스피드는 엄청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디펜딩 챔피언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로프 감독은 발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운 토트넘의 위협적 역습을 괴물(Monster)이라는 표현으로 극찬했다. 토트넘의 빠른 공수 전환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클로프 감독에게 한 방을 먹인 선수는 ‘슈퍼 소니’ 손흥민(28)이었다.
토트넘과 리버풀의 2020∼2021시즌 EPL 경기가 열린 17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 0-1로 지고 있던 방문 팀 토트넘은 전반 33분 반격에 나섰다. 골키퍼 위고 로리스가 손으로 건넨 공을 받은 미드필더 조바니 로셀소가 드리블 돌파를 한 뒤 상대 수비 뒤로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침투 패스를 했다. 공을 받아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한 손흥민은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로리스의 패스부터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기까지 84m를 이동하는 동안 약 10초밖에 걸리지 않은 빠른 역습이었다. 로셀소의 패스를 받을 때 손흥민의 위치에 대한 오프사이드 논란이 있었지만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날 자신의 유일한 슈팅을 골로 연결하며 ‘원샷 원킬’을 보여준 손흥민의 활약에도 토트넘은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리버풀의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헤더로 결승골을 내줘 1-2로 졌다. 수비 가담도 뛰어난 손흥민이 후반 42분 교체 아웃된 뒤 3분 만의 실점이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25(7승 4무 2패)가 돼 선두에서 2위(17일 현재)로 내려앉았다. EPL 안방 66경기 무패 행진(55승 11무)을 이어간 리버풀은 승점 28(8승 4무 1패)로 선두가 됐다.
리버풀을 상대로 3년 2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리그 11골(시즌 14골)로 이날 리버풀의 선제골을 넣은 무함마드 살라흐, 도미닉 캘버트루인(에버턴)과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2015∼2016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정규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 등에서 99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은 20일 오후 11시 15분(한국 시간) 레스터시티와의 EPL 경기에서 토트넘 통산 100호 골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득점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골로 연결시키는 ‘킬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PL 득점 톱5 가운데 그는 가장 적은 슈팅 수(23개)를 기록 중이다. 득점 공동 선두 살라흐와 캘버트루인은 각각 슈팅 45, 40개를 시도했다. 유효 슈팅(14개) 대비 득점 확률(79%)도 득점 톱5 가운데 1위다. 미국 CBS스포츠는 “손흥민은 현재 최고의 골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다. 그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는다면 득점 성공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