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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천재’에게 간섭한다면

Posted December. 28, 2020 07:48   

Updated December. 28, 20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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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여러 변화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일하는 모습 역시 변했다. 특히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결재나 화상회의가 일상화하면서 일을 하는 지리적 공간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됐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조직 운용의 패러다임을 과거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인식 변화다. ‘뉴노멀’이 조직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통제가 아닌 자율의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직원들이 집에서 제대로 일하는지, 혹시 딴짓을 하지 않는지 알고 싶은 관리자와 경영인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들면 뉴노멀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경영자는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일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업무시간에 게임을 하든, 책을 보든, 친구를 만나든, 아이와 함께 놀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결재하고, 화상회의를 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해서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들이 이제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돼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괜히 직원들을 구속하려 하면 할수록 그들은 가만히 상사의 눈치를 살피느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워진다.

 그럼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조직을 운영해야 할까? 주역(周易)의 지혜를 빌려보자. 주역의 64개 ‘괘(卦)’ 중 조직의 원리를 다루는 천화동인(天火同人)괘에는 ‘동인우종 린(同人于宗 吝)’이란 효사(점괘)가 있다. 이는 ‘조직을 종족에 한정하면 인색해진다’는 뜻이다. 조직을 종족에 한정한다는 것은 순혈주의,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돼 조직을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용한다는 의미다. 조직을 협소한 틀에 가두면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게 주역의 가르침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 1976년 애플을 공동 창업한 사람이다. 그는 홈브루 컴퓨터 클럽이라는 컴퓨터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의 설계도를 그렸다. 당시 대형 컴퓨터 업체인 휼렛패커드(HP)의 직원이었던 그는 회사 경영진에게 몇 번이나 개인용 컴퓨터 사업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워즈니악은 HP를 떠났고, 컴퓨터 동호회에서 만난 잡스와 함께 애플컴퓨터사를 설립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애플은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가 됐다. HP는 편협한 생각으로 불세출의 천재를 잃었다.

 즉 혁신은 폐쇄적인 기성 조직보다는 개방적인 조직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워즈니악과 잡스의 컴퓨터 동호회처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인(同人) 조직이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조직 속에 담긴 개방성과 진취성 때문이다.

 만일 워즈니악이 따로 창업하기보다는 회사에 남아서, 몰래 회사의 자원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이에 관련된 주역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복융우망 승기고릉 삼세불흥(伏戎于莽 升其高陵 三歲不興).’ 이는 ‘무기를 우거진 숲에 숨기고 높은 언덕에 오른다. 3년의 세월이 흘러도 흥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워즈니악은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 경영자는 직원들을 광활한 하늘 아래 들판에서 활활 타오르는 횃불(天火)처럼 자유롭게 둬야 한다. 그래야 뜻을 같이하는 사람(同人)들을 만나 개방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직원들이 재택근무 ‘집콕’을 한다고 혁신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창고에 모여서 혁신을 꿈꿨고, 마침내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