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그동안 발표해 온 1만 자 안팎의 신년사와 달리 187자 분량의 짧은 친필서한(사진)을 공개했다.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난 속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4일경 개최가 예상되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문제와 한국 미국을 겨냥한 구체적인 대내외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 1일자 1면에 게재된 서한에서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며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섯 문장짜리 서한에서 “사랑하는 인민의 안녕”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등 ‘인민’을 4차례 언급하며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경제난이라는 3중고에 직면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는 데 치중했다. 지난해 신년사 대신 발표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에서 “새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도발을 위협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 서한에서는 대남,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매년 육성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연하장 성격의 서한을 보낸 것은 김정일 시대인 1995년 이후 26년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김 위원장이 대내외에 밝힐 주된 메시지는 당 대회에서 공개될 것”이라며 “이번 친필서한도 공식적인 인사말인 만큼 신년사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자정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당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들을 대동해 김일성 김정일 부자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미국은 북한의 당 대회가 임박하면서 새해 첫날부터 대북 감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복수의 군용기 추적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미 공군의 조인트스타스(E-8C) 지상감시정찰기가 수도권과 인천 인근 서해상에 전개됐다.
권오혁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