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일주일 앞둔 13일 탄핵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시위를 벌인 지 일주일 만이다. 대통령이 임기 중 2번이나 하원에서 탄핵을 당한 건 미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됐다. 당시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상원에서 부결됐다.
하원은 13일 ‘내란선동’ 혐의가 적용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222명 외에 하원 공화당 3인자인 리즈 체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선서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회의사당 폭력사태 조장’이었지만 이와 함께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 이전부터 두 달 넘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주장을 이어온 것에 대한 심판인 셈이다. 하원에서 가결된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가 탄핵심판 절차를 밟게 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엔 결론을 못 낸다”며 20일 이전에는 탄핵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국가의 위험”이라고 비판한 뒤 곧바로 탄핵안에 서명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