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세리(44)가 인공지능(AI)과 샷 대결을 펼쳤다. 결과부터 말하면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라는 골프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실패를 통해 개선된 결과를 끌어낸 AI의 승리였다.
지난달 30일 SBS가 방송한 인간과 AI의 대결 프로그램을 통해 박세리는 영화배우 김상중과 한 팀을 이뤄 골프존카운티 무주에서 AI ‘엘드릭’과 세 가지 부문에서 승부를 겨뤘다.
AI 엘드릭은 높이 2.1m, 중량 136kg의 진화형 스윙머신이다. 클럽과 공 등 골프 장비 테스트와 선수들의 스윙 분석을 위해 개발됐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74.32m(약 300야드)에 이르는 파워에 5m 이내 퍼팅 성공률이 60%인 정교함을 겸비했다. 풍속과 풍향을 읽고, 스윙할 때 사람의 어깨 회전과 손목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특징이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정확한 거리 계산도 가능하다.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 프로암 대회에 나와 5차례 시도 만에 홀인원에 성공하기도 했다.
첫 번째 대결은 롱드라이브 경기로 350m의 파4 홀에서 3차례 샷을 해 가장 멀리 보낸 쪽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엘드릭은 첫 번째 시도에서 낯선 한국 골프장에서 바람 계산을 제대로 못해 OB 구역에 공을 보냈다. 이후 각각 204.08m, 223.2m를 기록했다. 박세리는 첫 번째 시도에서 236m를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두 번째 대결은 ‘니어 핀’을 놓고 다퉜다. 150m 거리 파3 홀에서 3타씩 10차례, 총 30회 샷을 해 홀에 가장 근접한 기록을 남기는 쪽이 이기는 경기였다. 엘드릭은 샷을 거듭할수록 공을 핀에 가깝게 붙였지만 김상중은 체력이 점점 떨어진 탓인지 실수가 많아졌다. 결국 홀 근처 35cm에 붙인 엘드릭이 김상중(3.8m)의 기록에 크게 앞섰다.
마지막 대결은 퍼팅 성공 횟수로 승패를 가렸다. 박세리가 3m 거리 퍼팅을 세 차례 시도해 모두 실패한 반면 엘드릭은 첫 번째만 실패하고 나머지 두 번은 모두 성공시켰다. 5m 거리 퍼팅에서 김상중은 세 차례 모두 실패하고, 박세리가 두 번 성공시켰다. 엘드릭은 첫 번째 실패 뒤 다음 퍼팅을 홀에 떨어뜨려 남은 퍼팅에 상관없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