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노후자금’ 운용… 주식투자자 눈치 보기 안 된다
Posted March. 27, 2021 07:14
Updated March. 27, 2021 07:14
‘전 국민 노후자금’ 운용… 주식투자자 눈치 보기 안 된다.
March. 27, 2021 07:14.
.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 국내주식의 투자비중을 높이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한국기업 주식을 더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연일 국내주식을 내다파는 국민연금을 증시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는 ‘동학개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인기에 영합하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연금은 매년 5월 자산별 비중을 조정하고 연말에 이 수준에 맞춘다. 지난해 정한 국내주식 보유범위는 14.8∼18.8%였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작년 말 운용자산 833조 원 중 국내주식 비중이 21.2%까지 높아졌다. 그 바람에 올해 들어 15조 원 어치를 팔았고 10조 원 가량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범위를 13.3∼20.3%로 넓혀 오히려 11조 원 정도 추가로 매입할 여지를 만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성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예년보다 두 달 앞당겨 기금운영위를 열고 투자비중을 조정했다. 2023년까지 국내주식을 15%로 줄이고, 해외주식을 30%로 늘리려던 중기 자산배분 계획과도 반대다. “시장변화에 대응한 결정”이라지만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동학개미와 정치권에 떠밀려 3월로 예정됐던 공매도 재개시점을 4·7 보궐선거 이후인 5월로 늦춘 바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세계적 성장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善戰)하고 있어 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내주식 비중을 높인 건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은 2030년경부터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금 늘린 국내주식이 그 때는 주가급락을 유발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노후에 돌려받기 위해 소득 일부를 떼어내 관리를 맡겼을 뿐이다. 국민연금 운용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늘려 약속한 연금을 차질 없이 지급하고, 2055년으로 예상되는 고갈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中文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 국내주식의 투자비중을 높이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한국기업 주식을 더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연일 국내주식을 내다파는 국민연금을 증시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는 ‘동학개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인기에 영합하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연금은 매년 5월 자산별 비중을 조정하고 연말에 이 수준에 맞춘다. 지난해 정한 국내주식 보유범위는 14.8∼18.8%였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작년 말 운용자산 833조 원 중 국내주식 비중이 21.2%까지 높아졌다. 그 바람에 올해 들어 15조 원 어치를 팔았고 10조 원 가량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범위를 13.3∼20.3%로 넓혀 오히려 11조 원 정도 추가로 매입할 여지를 만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성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예년보다 두 달 앞당겨 기금운영위를 열고 투자비중을 조정했다. 2023년까지 국내주식을 15%로 줄이고, 해외주식을 30%로 늘리려던 중기 자산배분 계획과도 반대다. “시장변화에 대응한 결정”이라지만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동학개미와 정치권에 떠밀려 3월로 예정됐던 공매도 재개시점을 4·7 보궐선거 이후인 5월로 늦춘 바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세계적 성장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善戰)하고 있어 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내주식 비중을 높인 건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은 2030년경부터 자산을 팔아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금 늘린 국내주식이 그 때는 주가급락을 유발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노후에 돌려받기 위해 소득 일부를 떼어내 관리를 맡겼을 뿐이다. 국민연금 운용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늘려 약속한 연금을 차질 없이 지급하고, 2055년으로 예상되는 고갈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熱門新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