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오른 자영업자… 여야는 손실보상법 불발 네 탓 공방

　작년 한해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빌린 돈이 120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영업제한, 영업금지가 계속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적자가 커지자 대출을 받아 간신히 버티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부 조치로 인한 영업상 타격을 보상하겠다며 여야가 추진해온 손실보상법의 4월 국회 처리도 무산돼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238만4000명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803조5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18조6000억 원이나 급증했다고 한다. 전년도 증가액 60조6000억 원의 갑절 수준으로, 전체 자영업자 542만 명의 44%가 평균 3억3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처음 빚을 낸 자영업자 대출만 해도 125조8000억 원이다. 임대료,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선상의 자영업자들 중에는 불법 대부업체 등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아 실제 빚 부담은 통계에 잡힌 것보다 크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기대를 걸어온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돼 다음달로 넘겨졌다. 코로나19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는 데는 논란이 있었지만 여야는 법제화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정작 통과 직전에 여야, 정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희망고문’만 당한 셈이다.

　법안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거부로 처리가 지연됐다”고 야당 탓을 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처리에 소극적”이라며 여당의 입법 의지를 문제 삼았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강제조치로 손해 본 자영업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국민이 동의한다. 게다가 정치권이 당장에라도 법을 도입할 것처럼 기대감을 줘온 만큼 여야는 합의를 통해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다만 향후 모든 보상을 지원금이 아닌 법을 통해서만 할 것인지,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는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여야 초선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소급적용은 중복지급 문제가 있고 재정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억지로 강행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