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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美리더십 보여줄 기회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美리더십 보여줄 기회

Posted May. 07, 2021 07:25   

Updated May. 07, 20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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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와 남아공을 포함해 100여개 개발도상국들이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재권 일시 면제를 제안한데 따른 것이다. 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미국의 결정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미국의 이날 발표는 한국처럼 백신 가뭄을 겪는 나라들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전 세계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으려면 110억 회분(2회 접종 기준)의 백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백신 생산이 일부 선진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선진국들에 물량이 몰려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개도국들이 확보한 백신은 전체 물량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집단 면역을 코앞에 둔 미국과 이스라엘은 코로나 환자가 급감한데 비해 접종률이 한 자리수인 인도에선 매일 4000명에 가까운 코로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지재권이 일시 면제되면 백신 생산량이 늘어 백신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백신 생산의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백신 지재권 면제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창궐했을 때나 시행됐을 정도로 극히 예외적인 조치로 WTO의 164개 회원국 전체가 동의해야 한다. 설사 지재권 면제가 된다 해도 막대한 돈을 들여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이 기술을 충분히 공개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WTO의 결정이 속도를 내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한편 백신생산 역량을 가진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기회에 아시아권 백신 생산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자체 백신 생산에 들어간 제약회사들이 지재권 면제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USTR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국민을 위한 백신이 확보됐으므로 백신 제조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도국들의 백신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코로나는 2년 후에나 종식될 전망이다. 미국은 WTO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주도하는 한편 백신 부족국가에 대한 백신 수출 및 지원으로 인류가 코로나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