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선발 등판=팀 승리’라는 기분 좋은 공식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의 왼손 투수 김광현(33)이 시즌 다섯 번째 선발 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하며 팀의 4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김광현은 12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방문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 침묵으로 시즌 2승을 수확하진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을 3.06에서 2.74로 낮췄다.
좋은 투구 내용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은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패전 위기에 몰렸다. 6회말 0-1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폭발했다. 세인트루이스는 8회초 1사 2, 3루에서 딜런 칼슨의 희생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1회초에는 폴 골드슈밋(2점)과 타일러 오닐(3점)의 홈런포가 터지면서 6-1로 이겼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총 12경기에서 10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현재 22승 14패로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다.
김광현은 한미 통산 1500탈삼진의 기쁨도 맛봤다. KBO리그에서 1456개, MLB에서 이날 전까지 42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던 김광현은 1회말 2번 타자 로렌조 케인과 4번 타자 트래비스 쇼를 탈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500개를 채웠다. 9이닝당 탈삼진도 9.39개로 지난 시즌(5.54개)보다 크게 늘었다.
이날 총 88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포심패스트볼 37개, 슬라이더 31개, 체인지업 12개, 커브 8개를 구사했다. 체인지업 구사율이 14%로 평균(8.3%)보다 높았다. 결정구인 슬라이더에 대비한 상대 타선의 허를 찌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날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89.2마일(약 143.6km)로 이달 6일 뉴욕 메츠전 기록(89마일·약 143.2km)보다 소폭 상승했다. 경기 뒤 김광현은 “컨디션이 앞선 두 경기보다 좋았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었는데 6회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6회말 1사 2루 위기에서 트래비스 쇼에게 7구 승부 끝에 적시 2루타를 내준 게 아쉬웠다. 김광현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사인에 두 번 고개를 흔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2루타를 맞기 직전 공이었다. 직구 사인에 고개를 젓고 슬라이더를 던져서 파울이 나왔는데 그때 직구를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밀워키 투수 조시 린드블럼(전 두산)과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김광현이 6회초 타자로 나서 상대 실책으로 1루 출루에 성공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린드블럼이 자꾸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린드블럼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