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굴뚝마을의 푸펠’은 약 10년에 걸쳐 제작됐다. 2016년 일본에서 같은 제목의 그림책이 먼저 발표됐다. 언뜻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같지만 그건 아니다. 영화 제작자이자 그림책 작가인 니시노 아키히로(41)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영화 각본을 먼저 썼다. 그림책은 영화의 스핀오프”라고 설명했다.
선원작, 후스핀오프가 아니라 선스핀오프, 후원작으로 진행된 건 독특하다. 그는 “영화의 경우 스토리가 재미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림의 매력은 1초 만에 전달된다. 팬이 아닌 이들의 시선을 끌려면 그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그림책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약 7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정적인 일러스트가 특히 아름답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그의 독창적인 작업방식에 힘입은 것이다. 그는 “4년에 걸쳐 총 33명의 작가와 손잡고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가 이야기와 대략적인 스케치를 넘기면 나머지 작가들이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식이었다.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했다. 그는 영화에서도 온기가 느껴지게 하자는 생각으로 손으로 그린 느낌을 살렸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는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단순히 그림이 예뻐서 책과 영화가 잘 팔린 건 아니다. 그는 일본의 유료회원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온라인 살롱’을 적극 활용했다. 온라인 살롱 구독자 수 1위(6만5000명)에 오른 그는 저작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팬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배포했다. 팬들은 이를 활용해 일본 각지에서 그림책 전시를 열었다. 2019년에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일본인 작가 중 처음으로 그림책 전시를 개최했다.
지난해 영화 개봉 당시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가 철퇴를 맞자 보육원 등에서 영화 관람을 원하는 아이들을 모집하는 한편으로 SNS를 통해 이들에게 영화 티켓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성인들을 연결했다. 입소문을 탄 이 영화는 세계 40개 배급사로부터 수출 제의를 받았다.
사실 그는 19세 때부터 개그맨으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언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9세 되던 해에 그림책 작가가 됐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한때 사기꾼 취급을 받으며 일본에서 비호감 연예인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꿈을 이야기하면 비웃음을 사는 ‘굴뚝마을의 푸펠’ 세계는 작가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에도 최선을 다해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을 응원했으면 하는 바람에 개봉일자를 미루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아시아 리더인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