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중재법 기습 상정, 선거 앞둔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의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모든 정정 보도를 신문 1면 또는 인터넷 초기 화면, 방송 첫 화면에 싣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중구난방으로 발의됐던 13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종합판 수정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동안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위헌적 과잉 입법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 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미 형법과 민법에 명예훼손과 모욕죄 처벌 및 손해배상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마땅한데 오히려 손해배상 규모를 ‘최대 3배’에서 ‘최대 5배’로 늘리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권력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민주당은 정무직이나 선출직 공무원 등에 대해선 “피해자를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피해자를 해할 목적’이라는 것 자체가 다툼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권력의 소송 남발로 이어져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까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정 보도를 신문은 1면, 방송은 첫 화면 등에 배치하라는 강제 조항도 그대로 통과될 경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이 될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신문의 경우 정정 보도를 동일 지면에 원래 기사의 2분의1 이상 크기로 싣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정 보도 크기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편집자율권 침해인데, 아예 1면에 배치하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문체위에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 등도 발의돼 있다. 사실상 인기투표 방식으로 신문 영향력을 평가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발상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언론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즉각 폐기돼야 한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수정의견에 대해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다”면서도 23일 본회의 처리 등 속도전에 나설 태세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시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가짜뉴스 문제는 언론의 자정 노력과 현행 언론 관련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개선해 나가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