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4)는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의 저주가 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불운에 허덕이며 무관의 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아르헨티나는 전반 22분 앙헬 디마리아(파리 생제르망)의 결승골로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대회 통산 15번째 우승으로 우루과이와 역대 최다 우승국이 됐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프리메라리가 우승 10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코파델레이 우승(스페인국왕컵) 7회 등 숱하게 정상에 올랐던 메시는 2005년 8월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18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데뷔한 지 16년 만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에 4골 5도움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 득점상과 도움상까지 휩쓸었다.
메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4차례, 코파아메리카에 5차례 나섰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그나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2015년, 2016년 코파아메리카 결승(2016년 대회는 코파아메리카 창설 100주년 기념으로 2년 연속 개최)에서는 모두 전·후반, 연장까지 120분 활약을 펼쳤지만 페널티킥에서 져 칠레의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눈물로 지켜봤다. 2019년 대회에서도 4강에서 브라질(0-2 패)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9전 10기’로 기어코 꿈을 이뤘다.
이날 결승을 치른 마라카낭 경기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0-1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르고 고개를 숙였던 장소였다. 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메시는 우승이 확정된 뒤 무릎을 꿇고 승리의 감격에 빠져들었다. 월드컵에서 19경기 1625분, 코파아메리카 34경기 2907분, 총 4532분 만에 조국 국기가 가슴에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우승 헹가래까지 받았다.
이날 후반 45분이 지나고 5분의 추가 시간까지 흐른 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든 선수들이 메시에게 달려갔다. 메시는 시상식 후 라커룸에서 우승컵을 껴안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하늘에 감사드린다. 어머니가 진정 챔피언”이라고 적으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막강한 공격진을 이루며 메시와 호흡을 맞춘 브라질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경기 후 메시와 진한 포옹을 나눈 데 이어 라커룸까지 찾아와 메시에게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넸다. 네이마르도 2013년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제외하고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4년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4강에서는 독일에 1-7 대패의 아픔을 당했고, 브라질이 2019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했을 때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2골 3도움으로 팀을 결승까지 이끈 네이마르는 메시와 공동 MVP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값진 커리어를 보탠 메시는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수상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메시는 2019년 수상으로 역대 최다인 6회 수상을 달성했다. ‘축구의 신’이 갈 곳은 이제 월드컵 정상만이 남았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