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는지 저한테 묻더라고요. ‘병 걸리면서까지 올림픽 해야 하나요?’라고….” 펜싱 여자 에페 국가대표 강영미(36)의 소속팀 지도자인 박광현 광주서구청 감독이 강영미의 도쿄 올림픽 은메달 획득 소식을 들은 뒤 28일 꺼낸 말이다.
강영미는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에 참가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해 갔던 해외 원정이었지만 ‘국가대표 1호 확진자’라는 낙인을 찍고 비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박 감독은 “(강)영미는 귀국하자마자 몸이 안 좋은 걸 느껴서 남편과도 각방을 쓰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며 “그런데도 코로나19에 걸리자 많이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그런 강영미에게 이번 올림픽 은메달은 너무도 값진 메달이었다. 강영미는 올림픽을 위해 은퇴와 출산 계획도 미뤘다. 그는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면서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다시 열정이 살아났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펜싱을) 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강)영미가 도쿄 출국 전에 올림픽 끝나고도 펜싱을 더 하겠다고 했다. 세계랭킹 2위가 최고 성적이라 ‘1위를 꼭 해보고 싶다’더라”고 말했다.
결승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최인정(31·계룡시청)도 메달이 간절했다. 최인정의 소원은 올림픽 후 고향 충남 금산에 돌아가 80대인 할머니의 목에 메달을 걸어 드리는 것이었다. 최인정은 “초등학생 때까지 부모님이 바빠서 할머니 손에 컸다. 펜싱 선수가 된 이후에는 좋은 재료를 넣은 약을 만드시거나 홍삼즙 등을 사서 늘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팀의 허리 역할을 맡은 대표팀 ‘셋째’ 송세라(28·부산시청)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 속에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는 “펜싱은 칼날 한 자루에 약 20만 원, 도복 70만∼80만 원 수준으로 비싼 장비가 필요한 운동”이라면서 “어머니가 여러 일을 하시며 펜싱에 필요한 돈부터 대학 등록금까지 뒷바라지를 해줬다”며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막내’ 이혜인(26·강원도청)은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2년 전 발생한 손목 삼각섬유연골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도쿄 올림픽을 맞이했다. 이혜인은 “처음 다쳤을 때는 칼을 들기만 해도 손이 너무 아팠다”며 “어느 정도의 통증은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훈련 도중 큰 부상으로 펜싱 선수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이승림 씨를 생각하며 결승 끝까지 칼자루를 놓지 않았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