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시에 입성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뛰자 증권사들은 모기업 카카오의 목표주가까지 줄줄이 올리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보다 12.46%(8700원) 오른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인 6일 시초가(5만3700원) 대비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한 데 이어 이틀 만에 공모가(3만9000원)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장중엔 8만9100원까지 치솟았지만 막판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8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카카오뱅크 시총은 37조2954억 원으로 불어나 셀트리온(36조6858억 원)과 기아(34조9423억 원)를 제치고 10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하면 현대차(47조2207억 원)에 이어 9위다. 6일엔 KB금융, 신한금융을 제치고 단숨에 금융 대장주 자리에 올랐었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거래대금은 3조6704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15조5126억 원)의 23.6%를 차지했다. 상장 첫날 2253억 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452억 원을 팔았지만 개인이 67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주에 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다는 이유로 상장 전부터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지만 시장의 예측을 벗어나 고공 행진하는 모습이다.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이 부각된 데다 수익 모델도 기존 은행보다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월간활성이용자 1위인 카카오톡과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확장성은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모기업인 카카오의 기업가치도 뛰고 있다.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미래에셋증권이 카카오 목표주가를 14만2000원에서 19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8개 증권사가 카카오 목표주가를 높였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상장은 추후 상장이 예정된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장 초반 카카오뱅크의 주가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장 초기에는 펀더멘털보다 수급 요인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카카오뱅크의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상장 초기에는 주가 변동 폭이 확대되는 만큼 일시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를 투자 기회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