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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과 일한 사람 색출중… 생명 구하려 탈출”

“탈레반, 한국과 일한 사람 색출중… 생명 구하려 탈출”

Posted August. 26, 2021 07:20   

Updated August. 26, 20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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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공항에 진입하려 하는데 탈레반이 막아섰다.”

 탈레반을 피해 한국행을 결심한 아프가니스탄인 남성 A 씨는 공항으로 떠나는 날 아침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타고 꽤 멀리 있는 다른 입구를 통해 (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A 씨는 전날 카불 공항에서 우리 정부와 가진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외국 정부기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해칠 수 있어 위협을 느꼈다”며 한국행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현지에) 남아 있다”는 말을 할 땐 표정이 잠시 어두지기도 했다.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에서 2년 4개월가량 일했다는 여성 B 씨는 공항으로 오는 동안 다행히 탈레반 검열을 피할 수 있었다. 남편, 두 아들과 함께 왔다는 그는 “(공항에 오는 날) 우린 아침 일찍 나왔다”면서 “큰 길이나 고속도로 등이 아닌 다른 길로 간 덕분에 탈레반의 검열을 피한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는 건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 그는 “(한국행을 택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해야만 했다”고 했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그는 한국 대사관이 처음 탈출 의사를 물은 건 한 달가량 전이었다고 했다. 이후 카불 인근에 살던 그는 공항에 오기 1주일 전카불로 이동해 머물면서 한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매일 현지 상황 및 탈출 계획 등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역시 한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아프간 남성 C 씨는 현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은 누가 한국과 일했는지 알려고 하고 있다”면서 “나와 가족들에게 위험한 상황”이라며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인연을 계기로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된 이들은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모두 미소 지으며 같은 말을 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