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민간인이 탑승한 우주선이 사상 처음 우주로 날아올라 지구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5일(현지 시간) 오후 8시 3분경 미 남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크루드래건’ 우주선을 발사했다. 미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38)을 포함한 민간인 4명은 이 우주선을 타고 사흘간 고도 575km 상공에서 시속 1만7500마일(약 2만8163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약 1시간 30분에 한 번씩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셈이다.
발사 직전 생중계된 화면에서 4명은 흰색 우주복을 입은 채 그다지 긴장되지 않은 표정으로 비행을 기다렸다. 냉동 피자 등을 간식으로 챙겨간 이들은 우주에서 우쿨렐레 등을 연주하고 노래도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우주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 바다에 착수(着水)할 계획이다. 순수 민간인만 탑승한 우주선이 지구 주위를 궤도 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7월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을 타고 고도 86km까지 날아올랐다. 같은 달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 미 아마존 창업자 역시 자신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으로 107km 상공까지 비행했다. 다만 둘은 불과 몇 분 동안 미세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곧바로 지구로 귀환하는 ‘맛보기’ 우주관광에 불과했다. 전문 비행사 또한 동행했다. 반면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은 고도 420km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물론이고 허블우주망원경(540km)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올랐고 현재 음속의 20배가 넘는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아이작먼은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를 16세에 창업한 부호로 약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어려서부터 우주비행을 꿈꿨고 제트기 조종 경력도 풍부하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한 돈을 내고 자신을 포함한 4명의 탑승권을 모두 샀다.
그가 직접 동행으로 고른 나머지 3명 또한 눈길을 모은다. 중부 오클라호마주의 아동전문병원 ‘세인트주드’의 의료진 헤일리 아르세노(30)는 10세 때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을 앓았다. 당시 이 병원에서 다리 일부를 금속 막대로 채우는 수술을 받았다. 몸에 보철물을 지닌 채 처음 우주여행을 하는 인물이다. 지구과학자 시안 프록터(51) 또한 어려서부터 우주 탐험의 꿈을 키웠고 그의 부친은 과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전직 공군 크리스 셈브로스키(42)는 유명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 4명은 우주 비행을 위해 지난 6개월간 훈련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