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의 4개 회원국 정상이 24일(현지 시간) 북한을 향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약속을 재확인하며 중국 견제 연합체로서의 결속을 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대면 쿼드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에 유엔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을 삼갈 것을 촉구하며, 북한이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쿼드 회원국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3월 화상으로 열린 첫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를 넣었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인 대화’ 요구가 추가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며 대북 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이와 함께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 필요성도 언급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정상들은 “우리는 강압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초한 질서 촉진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의 안보 및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통신기술 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핵심 기술들이 보편적 인권에 대한 존중과 공통의 가치에 기반해 개발, 운영,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협력을 구축해 왔다”며 개방형 무선접속망 ‘오픈랜’을 예로 들었다. 정상들은 또 회원국들의 통신기술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를 서로 지원하고 관련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쿼드 인프라 파트너십’을 설립하기로 했다.
4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합의 내용의 상당 부분은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 안보는 물론이고 5G 통신기술,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및 인프라 지원 등이 모두 중국과 경쟁하거나 충돌해 온 분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처음으로 가진 대면 정상회의에서 그 어느 정상도 ‘중국’이나 ‘베이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중국은 의제의 대부분에 내재돼 있었다”며 중국은 쿼드 정상회의의 ‘백그라운드 뮤직(배경 음악)’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