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이는 참 밝은 아이였어요. 길에서 만나는 언니 오빠들, 강아지와 나무한테까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넸죠. 발레리나 영상을 보면서 곧잘 따라하길래 나중에 꼭 발레학원을 보내주려 했는데….”
‘하늘의 별’이 되면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전소율 양(5)의 아버지 전기섭 씨(43)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소율이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이날 밝혔다.
소율이는 불임 판정을 받았던 전 씨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2019년 12월 키즈카페 샤워시설을 이용하다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심정지가 온 소율이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장 박동은 돌아왔지만 뇌가 크게 손상됐다. 담당 의사는 가족들에게 “소율이는 뇌 기능의 약 90%가 사라져 앞으로 일상생활을 거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소율이는 지난달 22일 위에 영양을 공급하는 튜브를 연결하는 수술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수술을 불과 3일 앞둔 19일, 또 심정지가 발생했다. 결국 소율이는 뇌사 판정을 받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어렵게 얻은 귀한 딸을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이라는 결정까지 내리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전 씨가 마음을 굳힌 건 다름 아닌 소율이처럼 아픈 아이들 때문이었다. 전 씨는 “딸과 함께 병원을 다니면서 각자 다른 이유로 아픈 아이들을 많이 봤다”며 “‘세상에 이런 아이들도 있구나’ 하며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소율이가 한 줌의 재로 남기보단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소율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올 6월 전 씨 가족에게 한 번의 시련이 더 있었다. 소세포폐암으로 3년 동안 투병하던 소율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 연이은 아픔에도 전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소율이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면 우리 소율이 심장도 뛰는 거잖아요. 우리 아이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자체로 제게 위안이 됩니다. 이전까지는 삶의 의미가 없었는데 이 생각을 하면서부터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리고 다음 생이 있다면 소율이가 꼭 다시 제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아직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