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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피하려 가상화폐-텔레그램으로 마약거래

추적 피하려 가상화폐-텔레그램으로 마약거래

Posted November. 11, 2021 07:20   

Updated November. 11, 20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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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필리핀에 사는 40대 한국인 남성이 인터넷에 “고액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김모 씨(28·여) 등 5명이 채용됐다.

 김 씨 등은 주급으로 150만 원과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을 받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도 받았다. 한 달 평균 1000만 원을 버는 ‘고액 알바’였다. 사실 이들은 마약 총책과 관리책, 판매책 등으로 취업한 것이다.

 김 씨 등은 1년 동안 국제우편으로 밀반입된 마약을 20∼30대 회사원, 자영업자 등 14명에게 팔았다. 마약을 산 구매자들은 모두 ‘아이스(얼음)를 판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김 씨 등에게 연락을 했다. 아이스(얼음)는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다.

 김 씨 등은 이들에게 텔레그램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로 송금하도록 했다.

 마약은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했다. 구매자들이 먼저 가상화폐를 입금하면 마약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는 은밀한 거래 방식이었다. 마약은 주로 주소 표지판 뒷면이나 에어컨 실외기, 재활용 쓰레기장, 화단 같은 곳에 은닉했다.

 전남경찰청은 1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총책 김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마약 구매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마약 구매자로 위장해 가상화폐를 입금한 뒤 마약을 은닉한 장소를 알아냈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김 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의 집 등에서 필로폰, 신종 마약, 케타민, 엑스터시 등 10만 명(101억 원 상당)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에 있는 해외 총책 검거를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