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판용) 40대 여성 A 씨는 13일 오전 4시경 급성 폐렴으로 서울 B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곧장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 치료받아야 할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중환자가 급증한 탓에 빈 병상이 없었다. 결국 B 병원은 꼬박 사흘이 지난 16일 오전에야 코로나19 병동에 간이침대를 두고 A 씨를 입원시켜야 했다.
최근 A 씨처럼 응급실에서 장시간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진 후 자택에서 기다리다가 상태가 나빠졌거나 다른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된 환자들이 빈 병상을 찾지 못한 채 하염없이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하루 넘게 대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선 대기가 사흘가량 이어지는 일이 흔해졌다. 10일 서울 C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60대 남성 환자는 코로나19와 혈액투석을 병행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12일 오후에야 경기 평택시에 있는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다른 한 중형병원에선 지난주 응급실에서 닷새 대기한 끝에 병상을 배정받은 환자도 있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한 게 근본 원인이지만, 방역당국의 경직된 병상 배정 절차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8월 초 ‘응급실 포화를 낮추겠다’며 1시간 안에 코로나19 확진이 가능한 응급(신속) PCR 검사를 늘렸다. 그런데 정작 응급환자가 신속 PCR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6∼8시간이 소요되는 정식 PCR 검사를 거친 후에야 병상 배정 절차를 시작한다.
응급실이 ‘병상 대기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비(非) 코로나19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할 우려도 커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내 응급실 음압격리병상의 가동률은 86%였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이후 서울의 모든 응급실이 동맥경화처럼 꽉 막혀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환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짐작도 안 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