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빠르면 내년 1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17일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이겼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3골 이상을 넣은 것은 처음이다. 최종예선 방문경기에서 이긴 것도 2012년 6월 카타르를 4-1로 이긴 후 9년 5개월 만이다. 한국은 4승 2무(승점 14)로 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조 2위를 유지했다. 이란은 시리아를 3-0으로 이겨 5승 1무(승점 16)로 조 1위를 달렸다.
한국은 3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며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조 2위를 조기 확정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승점 6)가 3위, 레바논(승점 5)이 4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UAE의 승점 차는 8이다. 한국은 내년 1월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전을 치른다. 레바논전을 끝낼 때면 각 팀이 3경기씩 남겨 놓게 된다. 이때 3위 팀과의 승점 차를 10 이상으로 벌리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한국이 레바논을 이기고 같은 날 시리아와 대결하는 UAE가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이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스트라이커로 나선 조규성(김천)이 최전방에서부터 압박플레이를 펼치고 정우영(알사드)과 황인범(루빈 카잔) 이재성(마인츠) 등 미드필더들이 안정된 수비에 이은 적극적인 돌파로 공격을 이어갔다. 한국은 전반 32분 이재성의 왼발 슛, 후반 28분 손흥민(토트넘)의 페널티킥, 후반 33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골로 완승했다.
손흥민은 조규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A매치 통산 96경기에서 30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첫 번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으나 슛을 하기 전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다시 차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과감하게 골대 중앙으로 공을 차 넣었다. 10년 전인 2011년 1월 이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와의 아시안컵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10년 전 그날처럼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허정무, 김도훈, 최순호와 함께 A매치 통산득점 6위에 올랐다. 최다골 1위는 차범근(58골). 손흥민은 “경기에 나서거나 나서지 못한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다. 우리 팀의 한 명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손흥민에게 다시 페널티킥을 차게 하는 부담을 주기는 했지만 빠른 공격과 슈팅력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동명이인인 선배 정우영(알사드)과 함께 뛰며 ‘작은 정우영’으로 불린 그는 손흥민과 같은 경기장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B조에서는 일본이 오만을 1-0으로 이겨 승점 12를 기록하며 이날 중국과 1-1로 비긴 호주(승점 11)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B조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승점 16).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