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유명한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인 인데버콘텐트(Endeavor Content)를 인수한다.
CJ ENM은 1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인데버콘텐트의 지분 약 80%를 7억75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의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11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서 4대 미래성장 엔진을 중심으로 3년간 1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지 보름여 만에 내놓은 공격적인 투자행보다.
인데버콘텐트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인데버그룹홀딩스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로 영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과 영국 BBC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 작품성 있는 영화나 방송 콘텐츠를 투자·제작하는 걸로 유명하다 세계 18개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콘텐츠·미디어업계는 CJ ENM이 이번 인수를 통해 전 세계 대중문화 중심인 미국에 제작기지를 확보하고 기획·제작 역량은 물론 글로벌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까지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는 각국의 주요 플랫폼·미디어 기업들 사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 회장이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 엔진으로 제시한 컬처와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인데버콘텐트는 2017년 설립 후 HBO, BBC 등 각국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재 제작을 앞두거나 기획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만 해도 300건이 넘는다. CJ ENM의 디지털 플랫폼 티빙이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인데버콘텐트의 기획·제작 역량과 CJ ENM의 K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톱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한국 문화 콘텐츠 사업 강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백인 일변도의 할리우드에 한국 콘텐츠를 많이 선보인다면 글로벌 관객들이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 것”이라고 했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봉준호, 박찬욱 등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린 유명 감독들의 향후 작품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