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대대적인 내부 혁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진에 필요한 직급별 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등 연공서열을 없앤 것이 핵심이다. 삼성에서도 스타트업 기업처럼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9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변화를 이끌기 위한 인사제도와 조직문화 혁신을 단행한다”며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승격 필수조건이었던 단계별 표준체류기간을 없애기로 했다. 기존에는 부장급(CL4)에서 5∼7년이 지나야 임원 승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연차, 나이 상관없이 성과를 인정받으면 임원으로 바로 승진할 수 있다. 임원인 전무와 부사장은 부사장으로 통합해 사장 승진까지 단계를 줄였다. 삼성은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한 ‘삼성형 패스트 트랙(fast-track)’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대상으로는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하면 다른 부서 이동 자격을 공식 부여하는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한다. 국내와 해외법인 우수인력이 상호 교환 근무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평가는 기존의 톱다운 방식 대신 ‘360도 평가’를 실시하고 등급별 비율을 할당하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체제가 도입된다.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식 평가 체계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인사 개편에 대해 제조기업 삼성이 아니라 ‘전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뉴 삼성’을 지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곽도영 now@donga.com · 서형석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