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무기고를 파괴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한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해 핵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하루 전 킨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주 델라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과 항공기용 탄약이 저장된 대규모 지하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량해 2018년 개발한 킨잘은 미그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발사된다. 사거리는 2000∼3000km, 비행 속도는 마하 10∼12에 이르러 미국의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슈퍼 무기”라고 수차례 호평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5일 전인 지난달 19일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전략핵 훈련에서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는 CNN에 “미사일 역량을 실험하고 서방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라고 진단했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중심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는 등 남부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유럽 주요 철강 공장인 아조브스탈 공장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BBC에 “우리 군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적군의 규모가 우리보다 크다”고 토로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육로와 안정적인 보급선을 확보할 수 있다. 침공 후 줄곧 러시아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보급이 해결되면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의 키이우 점령 시도가 제2차 세계대전 후 8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가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