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아닌가요?”
26일(현지 시간) 저녁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앞. 프랑스인 조르당 루이 씨는 이날 공개되는 영화 ‘브로커’의 ‘국적’을 헷갈려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이날 극장엔 이를 일본 영화로 알고 온 관객도 많았다. K콘텐츠의 인기로 콘텐츠 제작 방식 역시 외국 감독과의 협업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전통적인 한국 영화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여러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는 데 천착해 온 만큼 한국을 만나 빚어낸 영화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모였다.
23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브로커’는 전작들과 같은 듯 달랐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빼돌려 정식 입양이 어려운 부모들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들은 소영(아이유)이 두고 간 아기를 빼돌렸다가 소영이 나타나자 당황한다. 이들은 아기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한편 입양 중개비도 소영과 나누기로 하고 소영과 부모 찾기 여정에 오른다. 동수가 살던 보육원의 8세 소년도 동행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고, 시간이 흐르며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불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박수가 이어진 시간은 12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팬데믹으로 촬영이 힘들었는데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외신 반응은 엇갈렸다. 영국 가디언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개를 준 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어리석다.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단순함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가 “세계 영화계의 걸출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통한다”고 하는 등 호평도 다수 나왔지만 수위 높은 혹평에 수상권에서 멀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화엔 소영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상현과 동수에게 말하는 등 신파가 가미된 장면들이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간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과 유사 가족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도 신파와는 거리를 둔 냉철한 직시로 호평받아 왔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