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한국과 아시아 증시가 3%대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이 재현됐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긴축 우려에 한국 주식과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도 계속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갇힌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52%(91.36포인트) 폭락한 2,504.5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증시가 출렁인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 또한 전날보다 4.72% 급락한 828.77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15일(―7.0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01%)와 대만 자취안지수(―2.3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89%) 등 아시아 증시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원화 가치와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1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1284.0원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해 2월 26일(15.7원)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거래를 마쳐 2012년 4월 6일(3.5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가격은 떨어진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무역도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38억2200만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치였다. 4월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3년 만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함께 적자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함께 경제학자 4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8%가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려하던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이 올라 원자재와 수입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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