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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연료도 희망도 바닥” 해외탈출  

청년들 “연료도 희망도 바닥” 해외탈출  

Posted June. 18, 2022 07:29   

Updated June. 18, 20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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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에선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여권을 받자마자 일자리를 찾아 스리랑카를 떠날 겁니다.”

 16일(현지 시간)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 인근에 있는 이민부 앞. 수백 m에 달하는 줄을 선 인파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니르말 씨(20)와 아가시 씨(20)가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이들은 고향 마을에서 5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전날 오전 1시경 이곳에 도착했다. “36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 여권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요.” 경제 파탄으로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한 뒤 국내에선 도저히 취직이 안 되자 외국에 나가서라도 살길을 찾으려고 여권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이날 이들처럼 이틀째 이민부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했다. 대부분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었다. 니르말 씨는 “해외 말고는 일해서 돈을 벌 방법이 없다. 호주나 캐나다로 일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고유가, 공급난과 저성장이 겹친 글로벌 복합위기에 주력인 관광산업이 붕괴하면서 경제가 파탄 났다. 올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19일 국가부도를 공식 선언했다. 석탄 석유 곡물 식료품 생필품을 수입할 달러(외환보유액)가 바닥 나 전역이 패닉 상태다. 동아일보는 공식 국가부도 선언 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스리랑카를 찾았다.

 콜롬보 거리엔 공급이 끊기다시피 한 휘발유를 구하려는 차량 행렬이 주유소마다 2km 넘게 이어져 있었다. 시민들은 주식인 쌀값이 “지난해보다 3배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콜롬보 인근 감파하에서 만난 농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비료 값이 폭등하자 농사를 포기했다. 콜롬보 곳곳에선 최악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정권 퇴진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스리랑카 부도가 글로벌 경제의 복합위기에 따른 것인 만큼 다른 신흥국 개발도상국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 라오스, 나이지리아, 우간다, 짐바브웨 등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부도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흥 경제 강국인 인도도 스리랑카에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를 빌려줘 스리랑카 국가부도발 경제위기가 인도에 미칠 것이라고 위라쿤 위제와르데나 전 스리랑카 중앙은행 부총재는 말했다.

 세계은행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급격한 긴축에 나서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의 금융위기로 이어져 1980년대 경험했던 부채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