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개인상담도 무척 중요하죠. 하지만 예약이 어렵고 비용 면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이가 적지 않더라고요. 방송은 많은 분들이 돈 들이지 않고 정신건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죠.”
최근 TV 예능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스타를 꼽자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를 빼놓기 어렵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로 촉발된 신드롬은 지상파 방송까지 점령한 지 오래. 오 박사는 동아일보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위안을 얻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 방송과 유튜브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이른바 ‘상담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출연자들은 홀로 속내만 썩게 하던 고민을 카메라 앞에서 털어내고 상담자와 대화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시청자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공감을 표하거나 힘겨움을 토로하는 이들을 응원하며 상담 예능에 열광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형식의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를 대세로 만든 건 역시 오 박사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더니,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아예 영역을 성인들까지로 넓혔다.
뭣보다 상담 예능의 매력은 상담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한 게스트당 녹화시간이 4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 특히 부부의 고민을 극적이면서도 명쾌하게 해결하는 오 박사의 상담에 시청자들의 신뢰가 쏟아졌다”며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지상파 등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예능 장르로 굳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런 트렌드는 유튜브에서 더욱 확장되고 있다. 몇 년 전 무속인이 된 배우 정호근 씨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 ‘정호근의 기묘한 인생상담소-신야식당’은 조회 수가 100만 건을 훌쩍 뛰어넘는 에피소드가 여럿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정 씨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카페처럼 꾸민 스튜디오에서 소소하게 대화를 나눈다. 무속인이어서 점괘를 보긴 하지만,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며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채널A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듯한 유튜브 채널 ‘금쪽같은 내 사랑’도 주목받고 있다. 개그맨 이용진과 신기루가 일반인이나 유튜버의 연애를 상담해주는 형식으로, 코믹하면서도 열린 자세로 대화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2019년부터 방영한 KBS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도 이수근과 서장훈의 찰진 호흡에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상담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호응을 얻으려면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연출하는 정재국 PD는 “게스트를 보며 ‘문제를 마주하고 풀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 않다”며 “건강검진을 받듯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 검진’이 필요한 세상이 된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