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반지하 집에 고립된 80대 부부를 구출한 중국동포 임성규 씨(64)가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17일 오후 3시 덩충(鄧瓊) 중국총영사는 서울 동작구 성내시장 인근 주택 골목에 위치한 임 씨의 자택을 찾아 표창장을 전달했다. 덩 총영사는 “폭우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해낸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강력한 사회적 책임감과 정의감을 갖고 한국 국민을 구해내고 중한 우호에도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해 표창장을 드린다”고 밝혔다. 임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람이 옆에서 죽어 가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임 씨는 8일 오후 기록적 폭우가 쏟아질 때 반지하 집 방범창을 뜯고 안으로 뛰어들어, 고립됐던 이재숙 씨(86) 부부를 구해냈다. 당일 이 씨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수압으로 인해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유일한 탈출구인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방범창에 가로막힌 상태였다. 물이 계속 차오르는 상황에서 “살려 달라”는 이 씨의 비명을 듣고 1층에 거주하던 집주인이 달려와 방범창을 뜯어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때 2층에 거주하던 임 씨가 달려와 방범창을 뜯어내고 이 씨 부부를 구했다.
임 씨는 “저를 두고 ‘시민 영웅’이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람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영웅적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