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이란 오늘 하는 일이 자신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영원의 작업을 구현하는 사람이다.…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신성한 과정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유한과 무한을 결합하는 데 힘써야 한다.”
―프랭크 윌첵 ‘뷰티풀 퀘스천’ 중
유학시절 옆 건물 물리학과 프랭크 윌첵 교수님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셨다. 학내 모두가 학문적 성과를 축하하며 함께 기뻐하였다. 박사과정 학생으로 연구실에서 난제와 씨름하던 나 역시 가슴 깊이 뜨거운 열정을 느꼈던 어느 늦은 밤을 기억한다. 교수님을 다시 만난 건 ‘뷰티풀 퀘스천’이란 책을 통해서다. 당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발견들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그럴수록 연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그때 책에서 만난 위의 맥스웰의 일기 한 구절이 내게 큰 울림을 전했다. 오늘 나의 연구는 앞서 과학자들이 쌓아온 지식과 미래에 대한 인류의 기대를 시공간을 넘어 연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느끼게 되었다.
정말로 그렇다. 자연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며, 깊은 곳에 숨겨진 진리는 놀랍게도 서로 연결돼 있다. 맥스웰은 빛의 속성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전자기파 방정식으로 정리했다. 서로 다른 힘이라 믿어온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연결해 현대문명의 서막을 열었다. 유한한 우리는 무한해 보이는 하늘을 보며 희망을 얻는다. 때로 놀라운 과학적 발견에는 천부적 재능이나 뉴턴의 사과 같은 특별한 순간이 존재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진리는 늘 한결같다. 낮과 밤, 계절 속에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생명처럼 말이다. 그렇게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대한 사랑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연구를, 더 나아가서는 삶을 완성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그 영원의 길 위에서 자연의 신성한 과정을 흉내 내는 인간으로서, 또 생명체를 모방한 재료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유한과 무한의 연결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