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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너지난 영국… “바위같던 여왕 그립다”

고물가-에너지난 영국… “바위같던 여왕 그립다”

Posted September. 13, 2022 07:59   

Updated September. 13, 20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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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브리지가 실제 무너졌습니다(London Bridge Is Down).”

 영국 런던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택시운전사 모하메드 카릴 씨는 기자가 런던에 도착한 9일(현지 시간) 택시에 올라 “버킹엄궁으로 가달라”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런던 브리지가 무너졌다’는 표현은 여왕의 서거를 의미하는 영국 왕실 코드명이다. 여왕의 서거가 런던 브리지 붕괴처럼 영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란 뜻이 내포돼 있다.

 현지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코드명처럼 여왕의 서거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고물가와 유례없는 에너지난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런던 지역신문 기자인 멜라니 맥도널드 씨는 기자에게 “(스캔들로) 총리가 바뀌더니 (여왕의 서거로) 국왕까지 바뀌었다. 이 모든 일이 한 주 안에 일어나 참 혼란스럽다”며 “어려운 시기라서 우린 여왕이 더욱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8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바위처럼 든든한 존재였다. 그 위에서 현대 영국이 건설됐다”고 말했다. 70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 동안 격변의 현대사를 영국인들과 함께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헌사를 보낸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8일 휴가를 보내던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1926년 태어나 1952년 왕좌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자 영국의 최장수 군주로 영국인들의 존중을 받았다. 무너져 가는 왕실의 중심을 바로잡고 여성 지도자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왕의 장남 찰스 3세는 10일 74세의 나이로 영국 국왕에 올랐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