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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안전 경고 묵살한 정부, ‘이태원 참사’ 책임 크다

줄 잇는 안전 경고 묵살한 정부, ‘이태원 참사’ 책임 크다

Posted November. 02, 2022 07:58   

Updated November. 02, 20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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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경찰과 용산구청과의 간담회에서 상인단체가 “압사 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한다. 같은 날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은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 보고서도 “예상을 넘는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는 경찰 내부망에 공유됐다. 하지만 경찰이나 구청은 이런 사전 경고들을 사실상 묵살했다.

 참사 당일에도 여러 차례 위험을 알리는 징후가 있었지만 현장 대응에 허점이 많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제 “사고 발생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다”면서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는데,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400건이 넘는 112신고가 쏟아졌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고, 경찰이나 구청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런 이상 조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이 유관 기관과 협의해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현장을 통제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대규모 인원으로 신속한 감찰과 수사를 하고 있지만 참사 발생 전에 그런 결정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핼러윈 이벤트처럼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것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경찰은 안전사각지대로 불리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대규모 행사의 대응 매뉴얼에 대한 연구 용역을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 당시 보고서는 경찰이 행사에 개입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고, 유관기관별 역할을 매뉴얼로 구체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위험성을 알고도 7년 동안 제도 정비를 하지 않았다.

 재난을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고, 만에 하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다. 각 단계별 행동 요령에 전부 구멍이 뚫리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단기간에 걸친 사전 경고가 번번이 무시된 경위와 현장 대응이 부실했던 이유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참사의 문제점이 정확히 파악돼야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