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건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반경입니다. 현재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한 뼘도 닿지 못하고 있어요.”
2022년 현재 소셜미디어 세상은 얼핏 보면 공감이 가득하다.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넘쳐나고,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서로가 공감한다는 증거가 될까.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51)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공감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공감의 반경’(바다출판사)을 지난달 28일 펴낸 장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날 우리는 부족사회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공감만 하고 있다”며 “현재 가속화하는 혐오와 분열도 집단의 과잉 공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디지털 부족화(部族化)’ 현상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감 능력을 후퇴시키고 있어요. 여성과 남성, 진보와 보수로 쪼개진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기가 속한 부족을 지키려고만 하는 원시적 본능이 싹튼 거죠. (부족 내에서만) 서로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여기다 보니, 이런 공감이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에선 유독 디지털 부족화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해진 걸까. 장 교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입시지옥’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목했다. 그는 “같은 교실의 옆 책상에 앉은 친구와 끊임없이 경쟁하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감아야 성공하는 게 한국의 입시제도”라며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머릿속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왜곡된 공감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 교수는 해법 역시 교육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인간의 공감능력은 어떤 사회에서 나고 자랐는지, 어떤 문화와 제도에 놓였는지에 따라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교육혁신가 메리 고든(73)이 창안한 프로그램 ‘공감의 뿌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집단따돌림 역할극 놀이 등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역지사지로 느껴보는 방식이다. 2010년 스코틀랜드에선 이 프로그램을 실시해 학교 폭력이 상당히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런 교육이 시급합니다. 현행 정규과정은 수리나 외국어 실력을 키우는 건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 곁에 살아가는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은 길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괴물을 만들지 않으려면 당장 공감 능력을 교육해야 합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