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췄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회복도 더뎌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석 달 전인 8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으로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다. 내년 1%대 성장률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5.1%, 내년 3.6%로 기존보다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여전히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올 4월 이후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다만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 안정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금리 인상 폭이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네 번 연속 단행했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끝내고 다음 달에는 보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회의 참석자 상당수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적시됐다. 특히 연준 인사들은 올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제기했다. 달러 가치의 초강세를 뜻하는 ‘강달러’와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 전쟁 등 세계 경제의 역풍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처음 언급했다.
24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로 23.6원 급락(원화가치 급등)한 1,328.2원에 마감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