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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잘못 아니다” 이태원 희생자 넋 기려

“그대들 잘못 아니다” 이태원 희생자 넋 기려

Posted December. 17, 2022 07:13   

Updated December. 17, 20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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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49일째인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희생자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무대 위로 올라 마이크를 잡고 자장가를 부르며 아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날 유가족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이 씨는 “저는 아직 지한이의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기를 모두 기원해 달라”고 했다. 조 씨가 편지를 읽다 울음을 터뜨리자 장내 곳곳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했다. 영하 7도의 강추위 속에서 유가족 150여 명과 불교 신도 5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제단에는 유가족 동의를 얻은 78명의 위패가 올려졌다. 이 중 67명은 영정 사진도 있었다. 먼저 희생자 수를 뜻하는 158번의 타종이 이뤄졌고 이어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천도 의식’이 진행됐다.

 조계사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모 법문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어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인 것”이라며 “영가(靈駕·영혼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그곳에 있었던 건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모든 고통을 잊고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바란다”고 했다.

 법문이 끝나자 유족들이 차례로 제단에 올라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희생자 영정을 마주한 유족 일부는 소리 내어 울었고, 일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희생자들의 위패와 옷을 태우는 ‘소전’ 의식이 치러지자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대웅전 앞마당을 채웠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앞으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결심을 받을 때까지 (유가족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6명은 이날 낮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진입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참여 및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면담 등을 요구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