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명의 날

Posted February. 11, 2023 07:12   

Updated February. 11, 2023 07:12

中文

놀라면 자연스럽게 ‘엄마’를 부르게 된다. 엄마가 곁에 있어도 부르고 곁에 없어도 부른다. 그럴 때 외치는 ‘엄마야’ 소리에는 ‘깜짝 놀랐어요. 십년감수했네요.’라는 뜻이 들어 있다. 비슷하게는 ‘세상’을 부르기도 한다. ‘세상에나’라는 말은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네요.’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심히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면 ‘신’을 부르게 된다. 그 신의 이름이 무엇이냐 따지기 전에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절로 ‘신이시여’를 외치게 된다. 신을 부른다는 말은 사람이 너무 나약하고 그 나약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뜻이다. 무릎이 꺾여 바닥에 두 발과 두 팔로 기고 있다는 말이고 도저히 일어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같은 지구를 나눠 쓰는 먼 이웃 나라에 칠흑 같은 절망이 내려앉았다. 자식 잃은 부모가 슬픔에 울부짖고 부모를 잃은 아이가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의 많은 이는 놀라는 지경을 넘어, 경악을 넘어, 신과 기적을 외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할 때다. 김남조 시인은 시를 기도처럼 짓고, 기도를 시처럼 읊는다. 그의 시와 기도는 서로 다르지 않고, 우리의 바람과 기도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김남조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