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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인천서만 2천 가구가 경매로… “이곳이 재난현장”

‘전세사기’ 인천서만 2천 가구가 경매로… “이곳이 재난현장”

Posted April. 19, 2023 07:57   

Updated April. 19, 20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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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의 참담한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한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의 피해자인 30대 여성이 17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사건의 피해자인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빼앗기고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청년들의 비극에 가슴이 미어진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헤아리기 어렵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강제로 길바닥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경매에서 낙찰되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변제해주는 최우선변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생활고에도 마지막까지 버텨봤지만 삶은 잔인했다. 14일 숨진 20대 남성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엄마, 2만원만 보내주세요”라는 말은 참담하다. 사망 당시 그의 지갑 속엔 현금 2000원뿐이었다. 17일 숨진 30대 여성의 아파트 현관 앞 쓰레기봉투 안엔 수도요금 독촉장과 약봉지가 놓여 있었다.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전세사기는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한다. 계약 전에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 건축주, 분양업체와 공인중개사 등이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불법이 판치는데도 감독을 게을리 한 정부, 묻지마 보증과 대출을 남발한 금융기관, 세입자 보호 법안을 방치한 국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18일 기자회견을 한 피해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사망자가 또 발생한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이 잠재적 피해자다”라고 울먹였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21개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안심전세앱 출시, 악성 임대인 신상 공개 등 피해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장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긴급 주거 지원 주택은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대출 상품은 출시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연락해도 제대로 된 상담조차 받기 어려웠다.

인천 미추홀구에만 전세사기로 경매가 예정된 가구가 2000가구를 넘는다고 한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어제 정부는 전세사기 관련 주택의 경매 일정 중단 또는 유예하겠다고 밝혔는데 시급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원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자신이 살던 집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긴급주거 거주기간을 늘리는 등의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청년들이 절망의 늪에 빠져 삶을 포기하는 일이 더는 되풀이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