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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상해사고 90%가 집유·벌금형인 나라

음주운전 사망·상해사고 90%가 집유·벌금형인 나라

Posted May. 03, 2023 07:55   

Updated May. 03, 20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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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올해 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돼 풀려났다. 범행을 반성하고 유족과 합의한 점이 참작됐다. 만취 상태로 시속 50km 제한속도 구간을 101km로 달리다 사망사고를 낸 또 다른 운전자도 비슷한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두 운전자가 운 좋게 관대한 판사를 만난 덕분일까.

동아일보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의 최근 확정 판결문 100건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89건이나 됐다. 음주운전 양형기준이 상해사고는 징역 10개월∼2년 6개월, 사망은 징역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나 마찬가지다. 사망사고로 실형을 받은 경우도 최고 형량은 4년 6개월에 그쳤다.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운전자들은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상태로 평균 5.98km를 달리다 인명 피해를 냈다. 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감형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죽거나 다쳐도 90%가 실형을 면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음주 사망사고는 최고 무기징역이고 영국도 1년 6개월∼14년형을 선고한다. 한국에선 ‘과실에 의한 사고’로 취급하지만 선진국에선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간도 한국은 최대 5년인 데 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영구 박탈까지 한다.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음주운전 재범률은 오히려 증가세다. 음주운전자의 약 절반이 ‘상습범’이다. 주취자 신고도 매일 2700건씩 접수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고되는 주취자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다른 강력사건 대응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해도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되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운전 차량에 치여 배승아 양이 숨지자 경찰이 예고까지 하고 낮 시간대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했는데 6시간 동안 167건을 적발했다. 1일 낮에도 20대 음주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갓길을 걷던 40대 부부를 덮쳐 부인이 숨지고 남편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술 먹고 난동부리고 인명 사고를 내도 실형을 면하는 관대한 음주문화가 정착되면서 대낮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날벼락 같은 일이 ‘흔한 일’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