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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 없이 산다는 것

Posted May. 29, 2023 08:06   

Updated May. 29, 20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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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누적된 것들이 너희를 약하게 만든다! 24시간 내내 복서란 자각을 갖고 살아!”

―모리카와 조지 ‘더 화이팅’ 중에서

시와 노래를 창작하며 사는 나의 삶은 장점이 많다.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출근이 없다는 점이다. 출근이 없다는 것은 아침에 휴대전화 알람으로 억지로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밤 시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모두가 잠든 밤이면 나는 밤하늘 별처럼 쏟아지는 감정들을 가지고 놀며 그것을 시나 노래로 만들고 영감이 될 만한 타인들의 창작물을 감상한다.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그러나 출근이 없는 삶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출근이 없다는 것은 퇴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저녁이 되면 업무에 대한 모든 생각과 스트레스를 사무실에 두고 퇴근을 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24시간 나의 업무인 창작에 대한 생각을 쥐고 살아야 한다. 그러지 말아야 할 순간에도 일어나는 모든 일을 창작과 연관 지어 생각하곤 했다. 옛 연인과의 이별, 주변 사람의 죽음, 가족과의 다툼까지도 감정을 추스르거나 상황을 수습하기보다는 쓸 만한 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곤 했다. 때로는 꿈에서도 창작을 하고, 잠결에 스친 생각이 날아가 버리기 전에 창작을 하겠답시고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퇴근 없는 삶에 지쳐 나태해질 무렵 권투 만화 ‘더 화이팅’의 한 장면을 꺼내 읽었다. 챔피언을 꿈꾸며 훈련에 매진 중인 체육관원들을 불러 세우고 관장은 말한다. “24시간 내내 복서란 자각을 갖고 살아!” 그래, 세상에는 단지 직업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관장의 일갈이 마치 나를 향한 것만 같았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출근 없는 삶의 달콤함을 누리려면 퇴근 없는 삶 역시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