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성향인 아프리카의 7개국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상을 연이어 만나 종전을 촉구했지만 두 국가 모두 사실상 거부했다. 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잠비아,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코모로 7개국 지도자들은 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철수한 뒤에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상황에서 협상은 전쟁을 동결할 뿐”이라고도 했다.
7개국 지도자들은 다음 날인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만났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고 촉구하며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로 개방, 양국 포로 교환, 고향을 떠난 어린이들의 귀환 등을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당사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하고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평화를 확립하려 한다면 그 누구와도 건설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화 참여를 거부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탓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논의된 합의문 초안이라는 문서를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문서에 주둔 부대 규모와 장비, 인력 수가 명시됐고 이에 합의한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의 서명도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곡물 수출 제한으로 세계 곡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선 “세계 식량 시장 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과가 아니라 서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시장의 모든 식품을 휩쓸어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