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된 딸을 두고 6·25전쟁에 나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산화한 병사가 돌아왔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70대 노인이 된 딸에게로. 병사가 전사한 지 72년 만이다. 지난해까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발굴한 국군 유해는 1만1313구다.
국유단은 23일 2010∼2022년 12년간 강원 철원군 일대에서 세 차례에 걸쳐 발굴된 유해의 신원이 김현택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유단은 이날 딸 득례 씨(73)에게 유품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경기 수원의 득례 씨 자택에서 열었다. 김 일병은 국유단이 2000년 유해 발굴을 개시한 이후 212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전사자다.
전남 신안 출신인 김 일병은 딸이 태어난 지 10개월 안팎이던 1951년 5월 입대해 참전했다. 국군 2사단에 배치돼 전투를 거듭하다 입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8월 15일 철원 인근에서 벌어진 ‘734고지 전투’에서 전사했다. 734고지 전투는 중부전선 요충지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전으로, 2사단이 주축이 돼 승리했다.
그의 유해는 전사한 지 약 60년 지난 2010년 처음 발견됐다. 넙다리뼈가 먼저 발굴됐고 이후 지난해까지 엉덩뼈와 넙다리뼈 등이 추가로 수습됐다. 국유단은 전사자 유가족을 찾아가는 기동 탐문 과정에서 2016년 딸 득례 씨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유전자 시료 정밀 대조 분석을 거쳐 두 사람이 부녀 관계임을 최근 최종 확인했다. 득례 씨는 유해 신원 확인 소식을 들은 뒤 “아버지 유해를 찾아 인생의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 했다.
6·25 당시 국군 전사자는 16만2394명. 이 중 당시 수습된 유해 등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유해를 찾지 못한 이가 12만1879명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발굴된 국군 유해는 1만1313구인데 대부분 유전자 시료가 부족해 유해를 찾고도 신원 확인이 어려워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전사자의 8촌 이내 친인척 등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 8만6575개를 확보했지만 전사자 1인 기준으로 다수의 시료가 확보된 경우가 많아 시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군 당국은 연인원 10만여 명(누적 인원)을 투입해 매년 3∼11월 유해 발굴을 진행한다. 유해 발굴을 하는 지역이 매년 38∼40개에 달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국유단의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토 개발에 따른 유해 훼손, 전사자 직계 가족들의 사망 등으로 유해 발굴은 매우 촉박한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며 “전사자 유해가 늦게라도 유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유가족들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