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의 런민은행 서열 1위인 공산당위원회 서기에 판궁성(潘功勝·60·사진) 런민은행 부행장이 임명됐다. 판 신임 서기가 이강(易綱) 런민은행 총재(은행장)를 대신해 새 총재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차이신을 비롯한 중국 경제 매체에 따르면 전날 판 신임 서기가 임명되면서 궈슈칭(郭樹淸) 전 서기 및 이강 부서기 모두 런민은행 당위원회에서 물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정부 부처 요직을 맡기 앞서 해당 부처 당 직책을 먼저 맡는 관례가 있다”면서 “런민은행 신임 당 서기로 임명된 판 부행장이 이 총재 후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올해 65세로 중국에서는 장관급 자리 정년(停年)으로 여겨진다. 그는 특히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에 오르지 못해 퇴진이 머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판 신임 서기는 중국 런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후 연구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연구 전문가로 일하기도 했다.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2012년부터 런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2015년 말부터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도 맡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에서 훈련받은 인물이 중앙은행을 이끌게 됐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조금 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이신은 판 서기에 대해 “말을 쉽게 하지 않고 조직 관리가 정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런민은행 부행장으로서 부동산 투기 방지 노력과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금융 관련 업무 정돈 작업에서도 괜찮은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번 인사가 6∼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방중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가치 급락, 외국 자본 유출 같은 중국 경제 악재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런민은행 수장이 옐런 장관과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