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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제방과 침수 경고 무시가 낳은 최악의 지하터널 참사

“모래성” 제방과 침수 경고 무시가 낳은 최악의 지하터널 참사

Posted July. 17, 2023 08:02   

Updated July. 17, 20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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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부 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속출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북에서만 17명이 숨졌다. 충북 청주시 오성읍 궁평2지하차도는 인근 미호강의 범람으로 침수돼 차량 10여 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고립된 채 집단참사를 당했다. 이번 집중 호우 예보에 정부는 “과도할 만큼 선제 대응”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지 못했다.

특히 15일 오전 발생한 역대 최악의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지하 공간이 수해에 얼마나 취약한 곳인가를 무섭게 보여준다. 지하차도에서 가까운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와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이 천장까지 잠기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처남을 차로 바래다주던 새신랑과 아침 청소 일을 나가던 70대 노모를 포함해 9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참사를 막을 몇 차례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는 점이다. 지하차도가 침수되기 2시간 10분 전 하천 수위가 심각 수위에 도달하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청주시 흥덕구청에 “주민 통제 조치를 내려달라”고 알렸다. 침수 40분 전에는 인근 미호천교 확장공사의 감리회사 단장이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원래 이 지하차도는 주변 논밭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유관 기관의 잇단 요청에도 교통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경위가 무엇인가.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임시 제방 붕괴다. 그런데 제방을 “허술하게 모래로 쌓고 방수포로 덮었다”는 것이 주민들 증언이다. 빗물 자동 차단시설은 없었고 배수펌프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당시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자동 차단시설 구축을 발표했는데 궁평 지하차도는 올 9월에나 설치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침수 우려 지역임에도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의 다른 침수 우려 지하차도 144곳은 안전한가.

단시간에 쏟아진 극한 호우였다고는 하나 산사태도 인명 피해를 이렇게 키울 일이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산사태로 7명이 숨진 경북 예천군의 경우 일부 지역은 군이 지정한 산사태 취약 지역에서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진 만큼 예전 대응책 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 기상청은 18일까지 이미 피해를 입은 중남부 지역에 최대 300mm 이상 집중 호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과 유관 기관이 기상 정보를 공유하며 하천과 도로 통제, 주민 대피가 제때 이뤄지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