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전 운동은 계속되고 있는 멸종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키기는 했지만, 중단시킨 것은 아니었다. 멸종 속도는 계속 가속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 중
한국 사회에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은 정치와 경제가 떠받치는 대규모 국책 사업들 앞에서 무기력했다. 지역의 작은 개발 사업도 다르지 않았다.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말에 반대할 이는 없지만, 보전을 위해서 개발의 이익을 포기하자는 주장은 힘이 없다. 과연 그동안 환경운동이 지킨 것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도 지킬 힘이 있을까란 의문도 없지 않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닥쳐오는 멸종의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다며 더욱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구의 절반을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드는 것만이 ‘여섯 번째 멸종’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이다. 또한 ‘전 세계의 보전 구역을 넓히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좀 더 애써 달라’고 ‘간청’했다. 윌슨은 역사적인 진전이었다고 평가받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채택을 보지 못하고 2021년 눈을 감았다.
국제 사회는 2050년까지 지구의 절반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단순한 보전 주장을 넘어 공간 계획과 재정적 수단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유럽은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 목표를 법제화하는 자연복원법을 올 7월 통과시켰고, 중국과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유해수산보조금 철폐 결의에 동참했다. 기업이 보유한 자연자산에 대한 영향을 공시하는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의 최종 권고안도 9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무기력했던 보전 운동의 한계를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국제 사회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우리의 한계를 딛고 더욱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 위한 긴 호흡을 준비한다. 현세대가 실패하는 만큼 멸종 속도는 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