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26·LG)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3 대 3 농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5 대 5 농구 금메달에 도전한다. 양홍석이 항저우에서 어떤 색깔이든 메달을 가지고 돌아오면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3 대 3 농구와 5 대 5 농구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처음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5 대 5 농구 대표팀 명단에는 양홍석이 빠져 있었다. 그러다 문성곤(30·KT)이 발목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지난달 22일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KT가 LG로 떠난 양홍석의 빈자리를 문성곤으로 채웠는데 대표팀은 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대표팀 합류 소식이 들리던 날 경기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양홍석은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폼이 떨어져 있어서 (대표팀에 뽑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성곤이 형 대신 들어가게 됐으니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표팀에 나가서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양홍석은 원래 그 정도’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다. 이제는 폼도 많이 올라왔고 자신감도 많이 차 있다. 아시안게임은 농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 선수가 중요하게 여기는 큰 대회다. 100%의 몸 상태로 다시 한번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추일승 감독은 장신 포워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터프한 농구’를 추구한다는 평을 듣는다. 바로 그 장신 포워드인 양홍석(195cm)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때 ‘추일승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어 추 감독 스타일이 낯설지 않다. 추 감독은 “지난 시즌 뛰는 걸 보니 아시아컵 때보다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정작 양홍석에게 지난 시즌은 잊고 싶은 기억에 가깝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전 소속팀 KT가 결국 10개 팀 가운데 8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팀 내 최고 연봉자(당시 5억 원)였던 양홍석도 ‘내가 부족해 팀 성적이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시즌 내내 적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양홍석에게 도움을 준 건 KT의 ‘멘털 주치의’ 강경두 박사였다. 강 박사는 양홍석에게 “네가 코트에서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표출하면 너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팀도 흔들리고 남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런 걸 이겨내야 좋은 리더가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양홍석은 “강 박사님이 개인이 아닌 팀 주치의라 넓게 보신다. ‘사탕발림을 해줄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박사님을 더 좋아한다. 원래 힘들 때 말도 잘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성격인데 박사님에게는 더 마음을 열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양홍석은 계속해 “고교(부산중앙고) 때부터 계속 좋은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대학(중앙대) 때도 대표팀에 뽑혔다. 프로에 와서도 매 시즌 발전했는데 어느 순간 정체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선수들은 올라오는데 나만 제자리라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면서 “지난 시즌에 속을 썩이던 무릎도 발목도 이제 다 괜찮다. 3점슛 감각도 매일 갈고닦고 있다. 이번에는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