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현지 시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달 15일로 15주년을 맞았다. 그 충격으로 주요국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냈던 2009년 한국은 0.8% ‘깜짝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금융위기의 풍랑을 잘 헤쳐 나온 우등생으로 꼽혔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고물가 고환율 등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 속에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산업 구조개혁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는 14일 동아일보가 국제결제은행(BIS)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각종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한국은 2007년 대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 폭이 주요 20개국(G20)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105%)도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다. GDP 대비 정부부채는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없이 지속적으로 늘어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성장 엔진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지만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미 한국의 성장률은 2021년 이후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 면에서 보면 기존 한계 기업들의 퇴출은 감소하고, 시장은 포화상태라 신규 혁신 기업의 진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악화된 각종 거시경제 지표 등을 함께 고려하면 다음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대응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